원화 1/100 가치 시대, 1기 신도시 재건축이 바꿀 미래는?

우리나라 경제를 돌아보면, 1962년 6월 화폐 리디노미네이션(1/10 가치 절하) 이후, 명목 화폐 가치가 시간이 흐르며 현 시점에서는 1/100으로 절하하더라도 큰 문제가 없을 정도로 원화 가치가 꾸준히 하락해왔습니다. 이는 지난 60년간 원화가치가 급격히 하락하고 명목 물가가 크게 상승했음을 보여줍니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는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선정과 분담금 이슈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선도지구 지정과 재건축 과정을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보려 합니다. 이명박 정부 시기 대규모 보금자리주택(31만 호)과 2기 신도시(49만 호) 등 약 80만 호 공급을 통해 노무현 정부 시기 상승하던 집값을 안정시킨 경험이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당시 과도한 공급으로 정비사업의 사업성이 저하되고 분담금이 증가하자, 박근혜 정부 시기까지 정비사업 구역이 해제되거나 지연되는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경제도 계절이 바뀌듯, 시장을 둘러싼 다양한 규제 완화가 누적되면서 문재인 정부 시기에는 일반 대중도 실감할 만큼의 집값 상승기(‘불장’)가 나타나게 됩니다. 이에 따라 정비사업 시장은 다시 활기를 되찾고, 전국적으로 고급화와 시공사 교체 움직임이 확산되었습니다.

그러나 2022년 말부터 시작된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라 한국은행 역시 금리를 상향 조정하였고, 이로 인해 주택 매수 수요가 급감하면서 가격 하락세가 나타났습니다. 여기에 더해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전 세계적 유동성 공급과 강달러로 인한 환율 상승이 맞물리면서, 급격한 물가 상승도 동시에 진행되었습니다. 그 결과 정비사업 신축 아파트가 인근 대장 아파트보다 분양가가 더 높게 책정되는 이례적 상황도 등장했습니다.

이러한 환경 변화로 인해 시공비 역시 급등하고 있습니다. 불과 3년 전 평당 550만 원이면 고급 아파트를 건설할 수 있었던 시대에서, 이제는 평당 1,000만 원을 요구하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현재는 시장이 이 급격한 물가 상승에 적응하지 못한 과도기라고 할 수 있으나, 분당과 같은 우수한 입지와 강남 및 판교·동탄 등 고연봉 일자리 접근성을 고려한다면, 시간이 흐르면 이 공사비 수준도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받아들여지고, 사업 진행이 원활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부산의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2024년 부산 분양 최대어로 꼽힌 ‘드파인 광안’은 2018년 10월 조합원 분양가를 약 4.05억 원(전용 84㎡)으로 책정했는데, 당시 대장 아파트였던 ‘광안쌍용예가디오션’과 ‘광안자이’가 각각 약 6.07억 원, 6.1억 원 수준이었습니다. 이는 조합원 분양가가 특별히 저렴하다고 보기 어려운 조건이었으나, 이후 6년이 흐른 지금 ‘드파인 광안’의 일반 분양가는 12.2억 원, ‘광안쌍용예가디오션’은 9.95억 원, ‘광안자이’는 8.2억 원으로 상승했습니다. 시간 경과에 따른 실거래 가격 상승 효과를 감안한다면, 현재 높은 듯 보이는 조합원 분양가나 분담금도 훗날 상대적으로 저렴해 보일 수 있습니다.

명목 화폐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실물 자산의 가치가 장기적으로 상승하는 흐름 속에서, 입지적 우위를 갖춘 분당 등 1기 신도시의 재건축 사업은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시장 논리에 맞춰 재평가될 것입니다. 인구 감소가 예상되는 한국에서 분당의 입지적 가치, 향후 일분가 상승에 따른 실질적인 분담금 부담 완화, 그리고 준공 후 잔금 시점의 상대적 가격 메리트는 분명 조합원들에게 지금보다 적은 부담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국, 부동산의 특성상 우수한 입지를 갖춘 자산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높은 가치를 부여받는 경향이 있습니다. 1기 신도시 특성상 한 번에 대규모 신축이 공급된 후 꾸준히 새 아파트들이 들어서는 흐름을 따라간다면, ‘구축보다 신축’이라는 시장 논리가 적용될 것이며, 과거에는 비싸 보이던 가격도 향후 더 높은 가격에 대한 기대감 속에서 재평가될 것입니다.

따라서 투자 시에는 지금 당장의 가격만 보고 비싸다고 판단하기보다는, 미래 가치와 장기적 상승 여력을 감안하여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 중요합니다.